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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투자자 이야기

대기업 퇴직기 -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되기까지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퀀트 트레이딩을 통한 주식 거래 수익을 주업으로 하며 살아가는 31살입니다. 주식 거래를 하지 않는 분들은 전혀 들어본 적 조차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네요. ^^;

 

하지만 불과 3년 전까지는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바라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신입사원이었습니다. 공과대학을 진학해 R&D, 공정기술 분야를 목표로 삼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이었던 제가 취업 후 2년만에 퇴사 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퇴직을 결심한 것은 직장 생활을 통해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삶이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입니다.

 

저는 효율을 매우 중요시 여깁니다. 하지만 모든 직장의 업무들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때문이죠.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적이고 스마트할 것만 같은 일류 기업에 대한 환상은 입사 후 한 달만에 사라집니다. 학력과 성적, 자격증 등 고스펙의 청년들만 모아 놓고선 단순 반복 업무만 시킵니다.

 

이마저도 똑똑한 극소수가 만들어 놓은 회사 시스템을 돌아가게 하는 역할일 뿐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이죠. 제가 아닌 다른 누가 맡더라도 회사 시스템은 돌아가야 하니까요. 이만큼 개인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일들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일들이 훨씬 많습니다. 적어도 제 기준에는요. 이는 승진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과 평가 또한 공평하지 않습니다. 제가 말한 성과 평가란 직장 내 고과 평가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업무 성과와 급여 차이가 정비례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매순간 에너지를 쏟으며 일하여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직원이나 최소한의 일만 하는 직원이나 급여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분석팀 A라는 사람은 30분만에 '수개월' 치의 설비를 분석합니다. 분석팀 B라는 사람은 온종일 일하며 고작 '일주일' 치의 설비를 분석합니다. 두 사람의 업무가치는 같지 않습니다. 과연 이들이 비슷한 급여를 받는 것이 공평할까요? 이는 분석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저녁 7시에 퇴근을 합니다. 퇴근만 기다렸으니 그냥 아무것도 안해도 좋습니다. 취미활동도 한주에 몇회 뿐이지 퇴근 후 피곤해서 아무것도 안합니다. 자신의 취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구요.

 

결국 적당한 업무 성취감과 적당한 스트레스의 밸런스를 타협합니다. 대충 대충 하는 거죠.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형식적으로 처리해야하는 잡무들이 참 많습니다. 여러모로 비효율적이죠.

 

그러다 진급도 하고 가정까지 생기면 퇴사는 꿈같은 이야기가 됩니다. 마치 복권이 당첨되면 회사를 그만둬야지 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스스로 직장생활에 만족하려 노력하며 버티는 거죠. 직장 생활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룬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위의 생활의 반복입니다. 뛰어난 탤런트를 가지고 있는 분일지라도 가정도 생기고 직장생활에 지치다보면 도전과 열정보다는 안정과 타협을 추구하는 삶으로 변하는 것 같더라구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하루 중 절반을 직장에서 보냅니다. 제 가치관에는 이 시간들이 낭비와 비효율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결국 퇴직을 결심했습니다. 회사에서 받는 급여보다 제 삶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이런 제게 시스템 트레이딩 분야는 제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선택지였습니다.

 

업무 성과가 객관적입니다. 퀀트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에게는 '업무 성과 = 수익금' 외 다른 명제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돈을 벌면 자신이 뛰어나서이고, 돈을 벌지 못하면 자신이 뛰어나지 않아서입니다. 남탓을 할 여지가 없기에 성과가 아주 공평하고 객관적입니다.

 

프로그램 개발과 분석 업무는 매 순간 업무성취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퇴직후 1년간 이룬 모든 작업들이 직장생활에서 느낀 어떠한 것보다 큰 성취감을 주었습니다. 또한 퀀트 트레이더라는 유니크한 직업의 특성상 전문성을 가진다는 자긍심도 큽니다.

 

자신이 일을 할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퇴직후 7개월은 밥먹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프로그램 구축과 백테스트에 할애 했으나 안정기에 접어든 최근 5개월동안은 하루 업무 시간이 2시간도 안되는 것 같아요. 말그대로 최소한의 일만 합니다.

 

로직 개발 -> 수익 창출 -> 업무 성취감 -> 휴식 -> 전문성 확보 -> 로직 개발

 

위 과정이 반복되고 시간적 자유를 얻으며 에너지 쏟을 곳을 선택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퇴직 후 지금까지의 수익입니다. 퇴직을 하지 않고 직장에 남았을 때의 기회비용을 얼마전 넘어섰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1년전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겠죠. 분야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은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역량만 잘 살려도 회사 급여만큼의 수입은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진취적이고 도전을 추구하시는 많은 분들께 큰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9.07.23. ~ 2020.07.17. 실전투자 결과